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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에 관한 시 모음> +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싶다 (이상국·시인, 1946-) + 봉평에서 국수를 먹다 봉평에서 국수를 먹는다 삐걱이는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한 그릇에 천원 짜리 국수를 먹는다 올챙이처럼 꼬물거리는 면발에 우리나라 가을 햇살처럼 매운 고추 숭숭 썰어 넣은 간장 한 숟가락 넣고 오가는 이들과 눈을 맞추며 국수를 먹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 또 어디선가 살아본 듯한 세상의 장바닥에 앉아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국수 마는 아주머니의 가락지처럼 터진 손가락과 헐렁한 티셔츠 안에서 출렁이는 젖통을 보며 먹어도 배고픈 국수를 먹는다 왁자지껄 만났다 흩어지는 바람과 흙 묻은 안부를 말아 국수를 먹는다 (이상국·시인, 1946-) * 옥수수로 만든 국수 + 황홀한 국수 반죽을 누르면 국수틀에서 국수가 빠져나와 받쳐놓은 끓는 솥으로 가만히 들어가 국수가 익듯, 익은 국수를 커다란 소쿠리째 건져 철썩철썩,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듯, 손 큰 내 어머니가 한 손씩 국수를 동그랗게 말아 그릇에 얌전히 앉히고 뜨거운 국물을 붓듯, 고명을 얹듯, 쫄깃쫄깃, 말랑말랑 그 매끄러운 국숫발을 허기진 누군가가 후루룩 빨아들이듯, 이마의 젖은 땀을 문지르고 허, 허 감탄사를 연발하며 국물을 다 들이키고 나서는 빈 그릇을 가만히 내려놓은 검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듯, 살다 갔으면 좋겠다 (고영민·시인, 1968-) + 향연, 잔치국수 어수룩하게 넓은 국사발에 물에 삶아 찬물에 헹궈 소반에 건져놓은 하이얗게 사리 지은 국수를 양껏 담고 그 위에 금빛 해 같은 노오란 달걀 지단 채 썰어 놓고 하이얀 달걀 지단 따로 채 썰어 올려놓고 파아란 애호박, 주황빛 당근도 채 썰어 볶아 올려놓고 빠알간 실고추도 몇개 올려드릴 때 무럭무럭 김나는 양은 국자로 잘 우려낸 따스한 멸치장국을 양껏 부어 양념장을 곁들여내면 헤어진 것들이 국물 안에서 만나는 그리운 환호성 반갑고 반갑다는 축하의 아우성 금방 어우러지는 사랑의 놀라움 노오란 지단은 더 노랗고 새파란 애호박은 더 새파랗고 빠알간 실고추는 더 빠알갛고 따스한 멸치장국 아픈 자. 배고픈 자. 추운 자. 지친 자 찬란한 채색고명과 어울려 한 사발 기쁘게 모든 모두 잔치국수 한 사발 두 손으로 들어올릴 때 무럭무럭 김나는 사랑 가운데 화려한 한 그릇의 사랑 그 가운데로 오시는 분.... 마침내 우리 앞에도 놓이는 잔치 국수 한 사발 (여자와 아이들을 제외하고 오천 명을 그렇게 먹이셨다) (오늘도 그렇게 하셨다) (김승희·시인, 1952-) + 그 날의 국수 아침, 점심, 두끼 굶던 날 벽에 걸린 괘종시계 떼어내어 보자기에 싸던 아버지 말없이 손을 잡고 길을 나섰네 전당포도 문 닫은 일요일 한참을 걸어가 시계 잡히고 받은 돈 이천 원 시장에 들러 국수를 샀네 길다란 막대에 걸려 말려지던 국수 고추장 푼 냄비 안에서 끓고 있었네 온 식구가 둘러앉아 나누어 먹던 뜨거운 국수 곯은 배를 훈훈하게 채우고 기분 좋게 드러누웠던 저녁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떠 있는 그 날, 그 국수 (이창윤·시인, 경북 대구 출생) + 종로 2가 막국수 지성을 파고 있는 종로 2가 뒷골목에서 300원짜리 막국수를 먹어본 사람들 중에는 보기보다 험난한 회사라는 보험회사를 다니며 점심값을 아끼던 사람도 있었고 남들은 레스토랑에서 칼질을 할 때에 사랑을 위하여 함께하는 가난한 연인들도 있었다 허기진 창자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를 낮추려는 남루한 옷차림의 인생 나그네도 있었고 무얼 먹어도 맛있기만 한 시골에서 올라온 자취하는 학생이 한 끼를 때우고 있었고 이런 것도 먹어 두어야 기억에 남는다고 킥킥거리며 한 사발 후딱 먹어 치우던 낭만파도 있었고 웬 사내가 마른 눈물 훔치며 속앓이를 하며 내일을 기약하며 하루를 넘기려 후루룩 소리도 죽여가며 먹기도 하였는데 종로 2가 뒷골목 뜨거운 김 힘차게 오르던 300원짜리 막국수가 지금은 세상 인심에 밀려 사라졌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콧등치기국수 깊은 산골의 춘궁기엔 밀가루도 귀하였네 시래기를 보태 삶은 칼국수를 쇠죽과 다름없는 칼국수를 가물가물 호롱불 아래 콧물 훌쩍이는 노오랗게 부황 든 아이들이 후루룩 쪽쪽 빨아들이면 태어난 죄 밖에 없는 여린 콧등 냅다 한번 후려치고 입 속으로 빨려들던 뭉툭한 면발 콧등에 흐르는 국물과 콧물 어머니 손가락으로 훑어 먹이던 짭짤하고 따끈한 그 맛 정신없이 먹다보면 뱃가죽이 벌떡 솟아 올챙이배가 되나 참으라던 오줌을 누고 나니 도로 푹 꺼지더라 동지섣달 기나긴 밤 자다가도 배고파 '어~메 밥 주게' 하고 조를 때 이웃집 외양간 송아지도 '움~메'하고 길게 따라 울었지 (김내식·시인, 경북 영주 출생) + 비빔국수를 먹으며 동대문 시장 옷가게와 꽃가게 사이 비좁은 분식집에서 비빔국수를 먹는다 혼자 먹는 것이 쑥스러워 비빔국수만 쳐다보고 먹는데 푸른빛 상추, 채질된 당근 시큼한 김치와 고추장에 버물려진 국수가 맛깔스럽다 버스, 자가용,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뒤엉킨 거리 옷감 파는 사람과 박음질하는 사람 단추, 고무줄, 장식품을 파는 크고 작은 상점이 빼곡한 곳 가난과 부유가 버물려져 사는 동대문 시장 가족과 동료, 시댁과 친정 세월의 수레바퀴 속에 나와 버물려져 사는 사람들 새콤하고 달콤하고 맵고 눈물 나고 웃음 나고 화나고 삐지고 아프고 그렇게 버물려진 시간들 울컥 목구멍에 걸린다 (목필균·시인) + 여름 시편·9 -콩국수 맷돌에서 나오는 母乳같은 콩국을 찬 우물물에 타서 삶아 건진 칼국수를 메운 위에 오이채를 얹어 먹는 구수하고 서늘함이 흐르는 땀을 빨아들이고. 말랑거리는 가슴의 어머니 냄새 할머니 어머니 아내의 손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혈맥 같은 그 맛 하얀 오존이 하늘을 뒤덮는 이 도시의 여름을 나자면 어머니를 느끼며 콩국을 먹어야 하고. 궂은 날 어머니를 졸라 솥뚜껑 지짐질로 빚으시던 밀전병 생각이 간절하면 먼 하늘이나 바라보고. (최진연·시인, 경북 예천 출생) + 칼국수 불같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데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밀가루를 얇게 반죽을 해서 칼로 죽죽 찢어 한 냄비 끓이면서 굵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 숭숭 잘라넣고 잘게 썰은 매운 고추에 붉은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풍덩 빠뜨린 다음에 흐물흐물해진 칼을 후후 불면서 방금 버무린 김치와 엮어 입안으로 넘기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인데 굳었던 혀가 얼얼해지고 뻣뻣한 뒷목이 허물어지면서 얼굴에 땀방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그릇을 통째 들고 뜨겁게 달아오른 저 붉고 푸른 국물을 목구멍으로 한 모금 넘기면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풀어지는데 뼈가 나긋나긋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는 것인데 칼국수 다 비우고 뜨거워진 마음을 빈 그릇에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다 (김종제·교사 시인, 강원도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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